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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 곧 창의성이다, 이 알려주는 독창성의 3가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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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 곧 창의성이다, 이 알려주는 독창성의 3가지 비밀

목차


편집, 독창성을 재정의하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순간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 책은 편집이라는 개념으로 그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우리는 흔히 독창적인 사람을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해내는 사람이라고 상상하지만, 저자는 그런 창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합니다. 책의 제목 그대로,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에디터적 사고’, 즉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재료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에 관한 태도입니다.

무언가를 모은다고 곧장 창조적 의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수집 자체는 창작이 아니라는 이 문장은, 편집이 단순한 큐레이션과 왜 다른지를 분명히 합니다. 모으는 행위와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사이에는 반드시 이 과정이 끼어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잉 생산 시대에는 독창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재배치를 통해 차이를 만들어내는 능력’

이미 존재하는 재료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곧 이 작업이자 창의성이라는 것입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무언가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일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일이 훨씬 희소한 능력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재료들 사이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는 어떻게 정할까요. 책은 그 기준을 ‘자기화’라고 말합니다.

래퍼런스를 소화해서 자기화하면 창작이다.

‘자기화 여부’

책은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역설을 하나 던집니다.

하지만 수백 명을 베낀다면 세상은 당신을 오리지널로 떠받들 것이다!

한 사람만 참고하면 표절이 되지만, 수백 명의 결을 골고루 흡수해 재조합하면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오리지널리티란 얼마나 많은 재료를 얼마나 촘촘하게 자기화했느냐의 문제이지, 재료의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뜻입니다. 이 관점은 창작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줍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이미 있는 것들을 얼마나 깊이 소화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편집이 정보를 인사이트로 바꾸는 방식

같은 자료를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무엇을 모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맥락에 놓고 다루었느냐가 의미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다른 사물과의 연관을 가지고 하나의 체계적인 맥락, 분절된 전체로서 파악되는 것이 인사이트

-데브 팻나이크-

책은 스티븐 존슨의 강연에서 말하는 문장을 빌려 이 생각을 한 줄로 압축합니다.

“아이디어는 네트워크다! An idea is a network!”

낱개의 정보는 그 자체로는 죽어 있습니다.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기억이란 (중략)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테드 창-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니콜라 부리요의 문장도 인용합니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니콜라 부리요-

새로운 재료를 찾아 헤매기보다, 이미 손에 쥔 것들 사이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태도. 이것이 바로 그런 시선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남긴 문장도 같은 결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스스로 찾으려는 세계만 발견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내가 무엇을 찾으려고 하느냐에 따라 같은 정보 더미에서도 전혀 다른 인사이트가 걸러진다는 뜻입니다. 캐롤라인 냅의 문장은 이 행위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잡음 사이에서 유의미한 재료를 수집한다.
”통찰은 사실을 재배열하는 일“

-캐롤라인 냅-

편집은 결국 배치와 거리 감각의 문제다

책은 이 작업을 물리적인 ‘배치’의 문제로도 설명합니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문장이 이 지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배치”

-철학자 질 들뢰즈-

같은 재료라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한 가지 사례가 이를 인상 깊게 보여줍니다.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제롬 케이건 -> 남자와 밀랍
남자의 모양으로 빚은 밀랍 조각상을 녹였다.

같은 밀랍이라도 남자 모양으로 빚혀 있을 때와 형체 없이 녹아 있을 때, 우리는 전혀 다른 감정과 의미를 부여합니다. 재료 자체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배치가 바뀌는 순간 존재의 의미가 바뀐다는 것, 이것이 그 작업이 가진 힘입니다. 그래서 책은 편집자에게 필요한 감각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말하려는 메시지와 비주얼 요소 사이의 거리 감각이 중요하다.

자문하면서 재료와 재료 사이의 거리를 조절한다.

자신이 사용할 재료 사이의 거리를 감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너무 가까우면 뻔해지고, 너무 멀면 이해받지 못합니다. 이 작업이란 결국 이 거리감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감각의 문제라는 것을 책은 거듭 강조합니다. 하나의 관념이 다른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현상, 즉 연상 작용도 이 거리 감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너무 뻔한 연상은 진부하게 느껴지고, 너무 낯선 연상은 이해받지 못한 채 흘러가버립니다. 결국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 어딘가에서 정확한 지점을 짚어내는 사람입니다.

편집을 지탱하는 자기만의 정의

편집이 재료를 남기고 버리는 작업이라면, 그 기준은 어디서 올까요. 책은 이 질문에 ‘자기만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답합니다.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선 먼저 자기만의 정의를 가져야 한다.

초라하게 느껴져도 자기 관점을 믿고 스스로 개념을 저의하려 애써보는 경험은 너무나 소중하다.

객관성이라는 개념조차 책은 다시 들여다봅니다.

객관성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 관점이란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기 joint-attention’로 서로 약속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객관성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오 합의의 결의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정답이 하나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사실은 그것도 합의된 편집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정의를 갖는다는 것은 이 합의에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 스스로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재구성할지 결정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편집의 완성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편집은 결국 무엇을 위한 작업일까요. 책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편집은 결국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밀도가 달라지고, 그 밀도가 곧 콘텐츠의 힘이 됩니다. 이 밀도를 만들어내는 핵심 도구가 바로 ‘컨셉’입니다.

‘하고 싶은 말의 내용(what to say)과 그것을 담는 그릇(how to say)이 잘 호응하도록 정렬하는 기준점이 컨셉이다.’

컨셉은 톡톡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결국 질문입니다.

의미를 가시화하고 언어로 붙잡아두려면 일단 질문부터 해야한다.

에릭 호퍼의 문장은 왜 언어와 질문이 이 작업의 근본 도구인지를 보여줍니다.

”언어는 질문하기 위해 창안되었다. (중략) 사회적 정체는 (중략) 질문을 할 충동이 없는데에서 비롯된다.“

-에릭 호퍼-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재구성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할 뿐, 그 안에서 새로운 맥락을 찾아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말하는 ‘유추력’ 역시 같은 능력의 다른 이름입니다.

언뜻 관계없이 보이는 두 대상의 연결고리를 알아보고 가시화하는 능력이 곧 창의성

“유추력”

책은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훈련해야 할 태도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그 첫 번째가 맥락에 대한 감수성입니다.

첫째, 같은 정보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늘 머릿속에 새긴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습니다. 이는 ‘내연적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책의 설명과도 이어집니다.

내연적 의미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고, 유동적이며,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유동성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책은 또한 그 작업이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되묻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이 전제하고 있는 믿음을 가시화해서 되묻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전제를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고, 그것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것. 이것이 그가 콘텐츠를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개입입니다. 책이 소개하는 ‘칵테일 파티 효과’ 역시 같은 원리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칵테일 파티 효과 (Cocktail party effect)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내 이름이 불리면 귀가 번쩍 뜨이는 이 현상처럼, 편집이 잘된 콘텐츠는 무수한 정보의 소음 속에서도 독자가 자신과 관련 있다고 느끼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좋은 결과물은 결국 모두를 향한 말이 아니라, 특정한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책 말미에 소개된 커버정키(Coverjunkie) 같은 아카이빙 사이트도 결국 이런 감각을 훈련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등장합니다. 수많은 잡지 표지 디자인을 모아두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재료 사이의 거리 감각을 기르는 하나의 연습이 되는 셈입니다.

수많은 정보를 그저 쌓아두기만 하고 있다면, 혹은 왜 내 콘텐츠와 남의 콘텐츠가 다르게 느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그 관점을 선물해줄 겁니다. 편집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자기만의 질문과 거리 감각을 훈련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은 페이지마다 되풀이해 보여줍니다. 오늘 읽은 글, 오늘 본 장면 하나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이걸 다른 무엇과 연결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 것, 그 작은 질문 하나에서부터 편집은 이미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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