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 선수의 열 훈련 세션 현장 사진

고지대 없이는 고지훈련 효과가 없다는 미신, ‘열 훈련 병행’이 헤모글로빈량을 2배 이상 끌어올린 46명 연구의 과학적 원리와 현장 전략

고지대 없이는 고지훈련 효과가 없다는 미신, ‘열 훈련 병행’이 헤모글로빈량을 2배 이상 끌어올린 46명 연구의 과학적 원리와 현장 전략


지난 칼럼에서는 걷는 속도에 강약만 주는 인터벌 워킹 하나로 체력과 골밀도가 동시에 개선된다는 근거를 살펴봤습니다.

‘인터벌 워킹(일본식 걷기)’, 5개월 만에 체력 10% 끌어올린 2026년 최대 화제 걷기 트렌드의 과학적 원리와 현장 전략

오늘은 지구력 종목 선수와 마니아층 회원을 위한 조금 더 전문적인 이야기입니다. “고지대 훈련 캠프를 못 가면 산소운반능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는 생각,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한국처럼 접근 가능한 고지대 훈련지가 마땅치 않은 환경이라면, 정말 산소운반능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는 걸까요?

2026년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발표된 연구는, 중고도 훈련에 열 훈련을 병행한 그룹의 헤모글로빈량 증가폭이 중고도 훈련만 한 그룹보다 두 배 이상 컸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Rønnestad et al., 2026).

고지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 열 훈련이 필요한 이유

지구력 종목에서 고지훈련이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 몸을 반복 노출시키면, 신체는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을 늘려 더 적은 산소로도 버틸 수 있도록 적응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헤모글로빈량(Hbmass)은 평지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유지되며 산소운반능력을 끌어올려주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마라톤·사이클·크로스컨트리 스키처럼 산소 소비량이 경기 결과를 직접 좌우하는 종목일수록, 이 지표 하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팀 전체가 매 시즌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접근성입니다. 해발 2,000m 안팎의 고지대 훈련지는 국가별로 편차가 크고, 한국처럼 마땅한 고지대 훈련지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과 일정 부담이 크다 보니, 시즌마다 반복하기 어려운 팀도 많습니다. 국가대표급 선수단이야 시즌 초 해외 전지훈련 예산을 따로 편성할 수 있다지만, 실업팀·대학팀·개인 마스터즈 선수로 갈수록 이 장벽은 더 높아집니다.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해외 훈련지를 예약하는 것 자체가 예산·일정·비자 문제로 무산되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질문이 “고지대 노출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다른 자극을 더해서 같은 효과를 얻을 수는 없을까”입니다. 열 훈련(사우나·고온 환경 노출)이 후보로 떠오른 이유는, 열 스트레스 역시 혈장량 증가와 순환계 적응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고지대 적응과 겹치는 생리적 경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나나 고온 환경 챔버는 국내 대부분의 훈련 시설·헬스장에서도 큰 비용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전지훈련보다 실행 장벽이 훨씬 낮은 대안이기도 합니다. 다음 장에서 살펴볼 연구가 이 가설을 실제로 검증한 결과입니다.

열 훈련 병행의 근거 — 46명 엘리트 선수가 증명한 헤모글로빈량 차이

연구 설계 — 열 훈련을 더한 3주간 실험

2026년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발표된 연구는 엘리트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선수 46명을 대상으로 3주간 다음 세 조건 중 하나를 배정했습니다(Rønnestad et al., 2026).

  • 중고도 훈련 + 주간 열 훈련 병행
  • 중고도 훈련 단독
  • 해수면 대조군

훈련 전후로 헤모글로빈량(Hbmass)과 실제 스키 경기력을 측정해 세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결과 — 열 훈련군의 헤모글로빈량 증가폭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중고도 훈련에 열 훈련을 병행한 그룹의 Hbmass 증가율은 약 +2.9%로, 중고도 훈련만 한 그룹의 +1.2%보다 두 배 이상 컸습니다(Rønnestad et al., 2026). 적혈구 용적도 Hbmass 증가폭에 비례해 함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고도 훈련과 열 훈련 병행의 헤모글로빈량 증가율 비교 인포그래픽
중고도 훈련과 열 훈련 병행의 헤모글로빈량 증가율 비교 인포그래픽

다만 이 차이가 곧바로 실제 스키 경기력 차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 그룹 간 경기력 지표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Rønnestad et al., 2026). 이는 헤모글로빈량이라는 생리적 지표의 개선과, 실제 필드에서의 경기력 개선이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구 자체가 3주라는 비교적 짧은 개입 기간을 다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미 최상위 컨디션에 가까운 엘리트 선수들에게는 3주가 경기력 변화를 통계적으로 포착하기엔 짧은 기간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생리적 적응이 실제 필드 성과로 전환되기까지 더 긴 누적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이 방법을 “경기력을 즉시 끌어올리는 방법”이 아니라 “산소운반능력이라는 생리적 토대를 넓히는 보조 자극”으로 안내하는 편이 클라이언트의 기대치를 정확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열 훈련이 몸에서 일으키는 변화 — 100년간 쌓인 체온조절 생리학

열 훈련과 열 스트레스 적응 기전

이 방법이 왜 순환계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지 이해하려면, 체온조절 생리학의 오래된 연구 흐름을 먼저 볼 필요가 있습니다.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실린 100년 치 문헌을 정리한 리뷰는, 인체가 반복적인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혈장량 증가와 발한 효율 개선 등 순환계 전반의 적응이 일어난다는 점을 정리했습니다(Notley et al., 2024). 혈장량이 늘어나면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 내보내는 혈액량(1회 박출량)도 함께 늘어나는데, 이는 앞서 살펴본 헤모글로빈량 증가와 함께 산소운반능력을 밀어올리는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합니다. 이 리뷰가 특히 강조하는 지점은, 심부체온이 40°C를 넘는다고 해서 항상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Notley et al., 2024) — 반복적인 열 노출로 몸이 그 자극에 적응해가는 과정 자체가 훈련 효과의 근거가 됩니다.

열 훈련 후 냉각 전략 — cool first, transport later

같은 리뷰는 열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 “먼저 식히고, 그다음 이송한다(cool first, transport later)”는 원칙을 제시합니다(Notley et al., 2024). 이는 열 훈련을 처방하는 트레이너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 세션 중 클라이언트가 어지럼증이나 발한 중단 같은 이상 신호를 보이면, 병원 이송을 고민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즉각적인 냉각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리뷰는 이 원칙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임상·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Notley et al., 2024) — 순서 하나가 결과를 가르는 셈입니다.

열 훈련 병행을 현장에서 안전하게 적용하는 법

두 연구를 종합하면 이 방법을 현장에 적용할 때 세 가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생리적 근거가 확실하다고 해서 아무 회원에게나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대상자 선정부터 세션 구성, 위험 신호 관리까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열 훈련 대상자 선정 기준

  • 지구력 종목(사이클, 러닝, 크로스컨트리 등)을 훈련 중이며 시즌 전 준비기에 있는 회원
  •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고 열 스트레스 노출에 의료적 제한이 없는 회원
  • 고지대 훈련 접근이 어려워 대안적 산소운반능력 향상 전략이 필요한 회원

열 훈련 세션 구성 — 빈도·시간·온도

  • 빈도: 주 1회 이상, 중고도 또는 평지 훈련과 병행
  • 시간: 회당 20~30분, 사우나 또는 고온 환경 노출
  • 온도: 체감상 땀이 확실히 나는 수준(정밀 측정이 어렵다면 발한량과 주관적 열감을 기준으로 조절)

열 훈련 시 주의해야 할 위험 신호

  • 발한이 갑자기 멈추는 경우 — 즉각 세션 중단 및 냉각
  • 어지럼증, 메스꺼움,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 — 즉각 냉각 후 의료진 연계
  • 심박수가 평소 대비 과도하게 치솟는 경우 — 강도·시간 하향 조정

세션 전후로 체중을 재서 수분 손실량을 확인하는 습관도 함께 안내하면 좋습니다. 세션 한 번에 체중의 2% 이상이 빠졌다면 수분 보충이 부족했다는 신호이므로, 다음 세션 전 수분 섭취량을 늘리거나 세션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조정합니다.

지구력 선수의 열 훈련 세션 현장 사진
지구력 선수의 열 훈련 세션 현장 사진

기록 관리도 처방의 일부입니다. 매 세션의 소요 시간, 체감 강도, 세션 후 컨디션을 간단히 기록하게 하면 4~5주 뒤 강도를 조절할 근거가 쌓입니다. 헤모글로빈량 자체는 일반 트레이닝 현장에서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지표이므로, 이 수치보다는 지구력 훈련 세션에서의 체감 컨디션과 기록 추이를 대리 지표로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페이스로 달릴 때 체감 강도(RPE)가 몇 주에 걸쳐 서서히 낮아지는 추이가 확인된다면, 이는 헤모글로빈량 실측 없이도 산소운반능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간접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여름철 기후는 이 전략을 적용하기에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6~8월 실외 기온과 습도가 이미 높은 시기에는 별도의 사우나 시설 없이도 실외 훈련 자체가 어느 정도 열 자극을 겸하기 때문에, 실내 세션 빈도를 조금 줄이고 실외 훈련 시간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도 유사한 자극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앞서 다룬 위험 신호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므로, 여름철 실외 세션에서는 수분 보충 계획을 더 보수적으로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 독서하는 건강빌더의 인사이트 및 현장 훈련 전략

건강운동관리사로서 지구력 종목 회원의 시즌 전 준비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고지대 접근성이라는 물리적 제약은 늘 걸림돌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제약을 완전히 없애주진 않지만, 사우나 시설만 있으면 실행 가능한 보조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현장 활용도가 높습니다.

1. 지구력 종목 시즌 전 프로그램에 열 훈련을 기본 옵션으로 추가하라

기존에 중고도 훈련만 처방했던 회원에게는, 주 1회 이 세션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별도 장비나 해외 전지훈련 없이 산소운반능력 향상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 훈련 중인 지구력 종목 회원 대부분에게 진입 장벽 없이 제안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점이 특히 유용하다.

2. 헤모글로빈량 개선과 경기력 개선을 구분해서 안내하라

이 방법이 헤모글로빈량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기록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과대 약속하지 않는다 — 생리적 토대 개선과 실제 경기력 개선은 별개 지표임을 명확히 안내하는 것이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다. 회원에게는 “이번 시즌 바로 기록이 준다”보다 “다음 시즌을 위한 생리적 여력을 넓혀둔다”는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편이 기대치 관리에 더 안전하다.

3. 세션에는 반드시 냉각 프로토콜을 함께 준비하라

“cool first, transport later” 원칙에 따라, 이 세션을 진행하는 모든 시설에는 즉각적인 냉각 수단(찬물, 아이스팩)을 미리 준비해두고, 위험 신호가 보이면 지체 없이 냉각부터 시작하는 순서를 트레이너 스스로도, 회원에게도 명확히 안내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실외 훈련의 열 스트레스와 세션 자체의 열 노출이 중첩될 수 있으므로, 그날의 실외 훈련량을 함께 고려해 세션 강도를 조절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References

Notley, S. R., Mitchell, D., & Taylor, N. A. S. (2024). A century of exercise physiology: concepts that ignited the study of human thermoregulation. Part 3: Heat and cold tolerance during exercise.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24(1), 1-145. https://doi.org/10.1007/s00421-023-05276-3

Rønnestad, B. R., Odden, T. U., Blindheim, P. M., Hansen, J., Hamarsland, H., Ellefsen, S., Odden, I. U., & Mølmen, K. S. (2026). Heat training augments hemoglobin mass during a moderate-altitude training camp in well-trained endurance athletes.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40(5), 1298-1310. https://doi.org/10.1152/japplphysiol.00777.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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